2010년 10월 17일 일요일

영웅호걸 신입사원 가상면접을 보고 문득 든 생각

출처 : http://blog.naver.com/upgrade_u/90096917512



SBS 주말 예능 영웅호걸에서 "신입사원"이라는 주제로 가상 면접을 보았는데요. 솔직히 자기소개서도 그렇고 실제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이없기도 했지만, 역시 예능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가볍게 웃으며 보기에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오프닝에서 영웅호걸 멤버들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오피스룩을 뽐내며 등장을 했는데요. 가장 먼저 이진이 한손에 아메리카노를 들고 뉴요커 커리어우먼처럼 등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18살의 아이유가 등장을 했는데요. 나름 블랙&화이트로 갖춰입고 지적으로 보일 수 있게 검은 뿔테 안경과 시계까지 차고 나온 아이유였지만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너무 귀엽게만 느껴지더군요. 하이힐도 익숙치 않아 계단을 내려올 때 엉거주춤한 그 모습이 참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더라구요.



이어서는 가희가 등장했는데요. 엉거주춤하게 내려오던 아이유와는 달리 사뿐사뿐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확실히 성숙미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올 블랙으로 의상을 입은 가희는 신입사원이라기 보다는 벌써 부장님 포스가 났는데요. 옆구리에 백을 끼고 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도 참 카리스마가 느껴지더라구요. 이 외에도 서인영의 모습도 참 재밌었는데요. 패셔니스타답게 2010 F/W 트렌드인 롱스커트를 입고 깃털 하나를 들고 등장하긴 했지만, 웬지 느낌은 기숙사 사감 같은 분위기를 풍기더라구요.



일단 제가 볼 때 가장 신입사원 같은 분위기는 니콜이었는데요. 패기있게 인사도 하면서 뭔가를 한아름 가슴에 품고 나타난 니콜은 웬지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밝은 모습이 돋보이면서 신입사원의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초코우유가 좋은데 매니저 오빠가 신입사원은 이제 코피(?) 우유를 먹어야 된다고 하는 말에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았는데요. 참 순박한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프닝이 끝난 뒤 영웅호걸 멤버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데요. 개그시험을 보기 위해 이력서를 써본 심봉선을 제외하고, 제대로 써본 멤버들이 거의 없어 이력서 작성 노하우나 자기소개서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른 채 그냥 작성하게 됩니다. 역시나 자기소개서 내용은 정말 황당 그 자체였는데요. 티아라 지연은 자기소개서에 '흐흥'이라는 추임새를 넣고 홍수아의 칭찬하는 말로 자신을 설명하는 등 일기 형태로 쓰기도 하고, 정가은은 난데없이 당구에 빠져 방황했던 지난 날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니콜은 자기소개서를 연애편지를 쓰듯 적기도 하고, 홍수아는 자신의 매니아적 취향을 너무 드러내놓고 강조를 하기도 했죠.



가장 정형화된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쓴 것은 바로 유인나였지만, 제가 인사담당자였다면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바로 아이유였는데요. 자신의 단점인 멍 때리는 것은 집중력이 떨어져서가 아닌 자신만의 세계와 생각이 확실히 있기 때문이라고 당차게 이야기 하고, 아이돌이 판치는 가요계에서 솔로가수로 살아남은 만큼 끈기있고 열심히 하는 것은 정말 잘한다며 자신의 장점을 자신있게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유는 짧은 내용이었지만 자신감이 넘쳐나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확실히 이야기하며 똑부러진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실제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물론 고쳐야할 부분이 많겠지만, 저런 부분만큼은 배워야할 점이 확실히 있어보이더군요.




뿐만 아니라 이어 진행된 가상면접에서 역시 가장 눈에 띄었던 것도 바로 아이유였습니다. 영웅호걸에서 막내에다 아직 18살의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똑부러지는 언변으로 모든 면접자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가상면접은 압박면접의 형태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먼저 면접관은 이력서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아이유가 학창시절 최고 성적을 적는 칸에 전교 1등이라고 적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그것은 아이유가 유인나가 초등학교 때 올백 맞은 적이 있다고 전교 1등이라고 적는 것을 보고 따라 적은 것인데요. 초등학교 시절 성적이라 면접관이 그것을 대놓고 물어보면 당황할 법도 한데, 오히려 당당하게 “초등학교 시절에 누가 나에게 ‘너 전교 1등’이라고 말해준 적은 없지만 반에서 줄곧 1등을 도맡아 했었다”며 “올백을 맞은 적도 있었는데, 반에서 나 한명 뿐이었다. 올백인데 전교 1등 아닌가?”라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버리더군요.



또한 면접관이 아이유가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을 한 것을 두고 엄마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냐고 압박을 가하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아니다. 원래 나서는 성격은 아니지만 투표하는 자리에서는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며 “전학 온지 두 달 만에 회장선거에 나갔다가 당선됐다. 그 이후에 자신감도 많이 늘고 성적도 좋아졌다”고 똑부러지게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면접관이 같이 들어간 멤버들 모두에게 돌아가며 자신이 어떤 동물을 닮았는지를 물어보자, 아이유는 과감하게 "침팬치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침팬치의 장점을 자신에게 대입해서 "필요할 때는 재주도 부리고, 조련사 말 잘 듣는 것 처럼 누가 시키면 말도 잘 듣는다"며 예상치 못한 것으로 당황시키기 위한 질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정말 압박면접에도 주눅들지 않고 조리있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당찬 모습이 참 돋보였는데요. 결국 이런 아이유의 활약에 힘입어 아이유가 포함된 상팀(노사연, 유인나, 신봉선, 아이유)는 가상면접에서 1위를 하게 됩니다.



영웅호걸 멤버들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가상면접을 보는 것을 웃으며 재밌게 보고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사람들은 지금은 비록 연예계에서 다양한 활약을 하고 있지만, 과연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예능이라 웃기기 위해 일부러 장난스럽고 과장해서 한 것이긴 하지만, 특히 어릴 때부터 연예계 활동으로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하고 바쁜 스케줄 소화하며 정신없이 지낸 아이돌들의 경우 그 인기가 식을 경우 냉정하게 금새 잊혀지는 것이 바로 연예계이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남들은 어릴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며 쌓아온 지식과 노력해온 스펙들을 토대로 취업을 할 수 있지만, 아이돌의 경우 연예계 활동으로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쌓인 스펙이라고는 대중에게 알려져있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 이미지 뿐입니다.



게다가 그것은 그나마 데뷔를 해서 얼굴을 알렸을 때 이야기이고, 실제로 그렇게 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어릴 때부터 연습생 활동을 하면서 데뷔를 꿈꾸지만 데뷔조차 하지 못한 채 묻혀가기도 합니다. 물론 공부를 해서 취업을 하겠다는 사람과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춤을 추며 연예계에서 꿈을 이루겠다는 사람은 분명 그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꾸만 아이돌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수많은 아이돌들에 의해 경쟁도 심해질 뿐더러 소속사의 상술에 의해 이미지 소비가 심해지는 요즘, 인기가 떨어지면 내쳐지거나 연습생만 수년동안 하다가 데뷔도 못할 경우 그들이 20대 초반 혹은 중반의 시기에 재기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사실 그래서 아이돌들도 텔레비전에서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망가지기도 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뒤어서는 남몰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원더걸스의 선미의 경우 결국 활동중단까지 하면서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소녀시대 연습생이었던 장하진은 연습생을 그만두고 공부를 해서 카이스트에 진학하기도 하였습니다. 카라의 구하라 역시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 20살이 되면서 그런 고민들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카라 활동을 평생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학도 가고 연기도 배우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하고요.



아이돌로서 가수의 경우 독보적인 실력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추지 않는다면 20대 중반을 넘어 계속 활동하기란 힘든데, 대부분 그룹에 소속되어 소속사에서 만들어주는 음악과 춤만을 하다보니까 그러기 쉽지가 않습니다. 반면 연기의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맞는 배역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장기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는데요. 그래서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 공부를 하고 대학을 연극영화과로 진학하기도 합니다.



마냥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 원래 연예계는 인기로 좌우되는 잔인하고 냉정한 곳이다"라고 하기엔, 아이들의 꿈을 이용하여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소속사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런 20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 연예계 활동에 대해서 소속사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이 학업을 병행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스케줄 조정이나 제한도 하고, 이미지 소비를 심하게 하면서 단기적인 인기를 얻는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그들을 가르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워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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