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7일 수요일

"비즈니스는 곧 소통… 이메일·문자 대신 직접 이야기하라"

[Weekly BIZ] "비즈니스는 곧 소통… 이메일·문자 대신 직접 이야기하라"



日 기업 컨설팅 대가노구치 요시아키





기업의 비즈니스에서 개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영업력? 아니면 기획력이나 추진력?

일본의 조직·인재 관리 전문 컨설팅 기업 'HR인스티튜트'의 노구치 요시아키(野口吉昭) 대표는 "영업도, 기획도, 또 이를 추진하는 것도 모두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소통)'에서 출발하니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통 능력은 회사의 생존력이며, 비즈니스는 곧 소통"이라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소통의 힘을 유독 강조하는 그는 지난 20여년간 파나소닉·혼다·도요타·히타치·덴소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을 컨설팅했다. 80권이 넘는 경영 관련서를 써 일본 내에서 조직관리와 인재경영 분야의 대가(大家)로 인정받고 있다. 《컨설턴트의 질문력》과 《3의 마법》 등의 책이 히트를 치면서 대중적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엔 회사 내 소통과 프레젠테이션, 전략시나리오 기법에 대한 비결을 담은 《노하우 두하우(Know-how, Do-how)》라는 책도 냈다.

Weekly BIZ는 최근 국내 주요 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경영연구원(IGM) 특강에서 노구치 대표를 만났다. 덥수룩한 턱수염과 호탕한 웃음이 주는 수더분한 인상과 달리, 그는 돌발적인 질문에도 하나하나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척척 답을 내놓았다. 타고난 컨설턴트였다. 16년 만에 한국에 왔다는 그는 "거리가 너무 깨끗해지고, 경영자들이 대단히 젊어졌다. 일본을 대하는 기업인들의 태도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약진 놀랍지만 삼성·LG 외엔 日서 잘 몰라
자동차나 비행기 첨단기술… 日 추월하긴 여전히 힘들 것

■글로벌 경영과 리더 육성이 절실

―요즘 일본에선 '한국을 배우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한국 기업들의 약진에 모두 감탄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성공사례를 참조해서 일본의 경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정도는 아닙니다. 특히 삼성이나 LG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죠.

또 한국이 양적으로는 일본을 추월할 수 있지만, 기술이나 생산 품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힘들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품이 수백 개 수준인 휴대폰 등 IT분야에서는 몰라도, 수만~수십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분야에서는 수십 년간의 축적된 경험이 필요합니다.

최근 일본 산업계에서는 첨단 기술에 대한 특허 신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허 신청을 하면 기술 내용이 한국이나 중국 기업에 공개돼 힌트를 주게 된다는 거죠."

―한국에서 최근 화제가 된 기업 중 하나가 일본전산인데, 일본 경영계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나요?

"일본전산은 교세라(京セラ)를 따라가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회장이 하는 여러 가지 경영 스타일을 일본전산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사장이 따라 한다는 겁니다. 교세라 본사에 불이 켜져 있으면, 자기도 일본전산 사무실을 확인한 뒤 불이 켜져 있으면 안심을 한다는 것이 나가모리 사장입니다.

나가모리 사장의 경영의 핵심은 인수합병(M&A)입니다. 적자 회사를 인수한 뒤 그 회사의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아주 열심히 일해 달라고 요구하죠. 덕분에 경영 성과는 좋지만, 일본전산의 조직운영이나 경영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가모리 사장을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하지만 일본전산이 일본의 트렌드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도요타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정치적 배경에 대해 많이 얘기하지만, 실제로 품질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글로벌 경영의 기술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4년 전 일을 끄집어냈다.

"도요타는 당시 코롤라(Corolla)라는 모델을 전 세계에서 동시 생산·판매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자꾸 지연되고 사소한 문제들이 불거져 결국 실패하고 말았죠. 품질관리, 판촉, 홍보 등에서 손발이 잘 안 맞았습니다. 이번에 미국에서도 그때와 비슷한 문제가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 일본 경영자들의 가장 큰 고민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했다. "해외에 나가서 어떻게 성공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지. 글로벌 리더를 어떻게 육성할지가 가장 큰 과제입니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화 환경에 어떻게 잘 적응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느냐는 거죠. 이는 결국 기업의 소통 문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컴퓨터만 쳐다보지 말고 복도에서 서로 얘기하라
기업의 웨이(Way)는 쉽고 공감할 수 있어야

■회사와 개인의 경쟁력은 소통 능력에 달렸다

―기업 경영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업의 소통은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의 경우 각자의 실적이 중요하니까 이들 간의 소통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영업 사원 간에도 왜 누구는 실적이 좋고, 어떤 물건을 잘 파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장단점을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팔지 못하는 영업 사원은 잘 팔게 되고, 잘 파는 영업사원은 더 잘 팔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팀 전체가 목표 달성을 하고, 더 높은 목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고객, 주주,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기업 활동의 시작점입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조직 내 소통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저는 다양한 기업체에 교육을 나가는데, 가끔 지각하는 사람이 눈에 띕니다. 저는 이것이 소통이 좋지 않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내 교육에서 지각자가 나오는 것은 교육 시간과 장소 같은 기본 정보에 대한 전달이나 교육의 필요성 인식과 동기 부여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기업의 복도를 지나가는데, 직원들이 서로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전부 컴퓨터에 머리를 박고 있다면 역시 소통이 안 되는 기업이란 증거입니다. 직원들이 직접 만나기보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면 이 기업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편리하긴 하지만, 너무 생산성만 집착하면 소통이 안 됩니다."

요즘 기업 내 소통의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기업의 비전과 사명, 핵심가치가 녹아있는 '웨이(Way·추구하는 방향)'다. 그는 "보통 창업자의 이념을 '웨이'로 삼곤 하는데, 어떤 경우든 반드시 알기 쉽고, 전 사원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혼다와 파나소닉을 예로 들었다. "혼다는 창업자의 이념인 '꿈', 그리고 '세계 최고'가 웨이입니다. 매우 쉽고 간명해서 경영자뿐만 아니라 현장의 말단 사원도 모두 다 알죠. 반면 파나소닉은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제시한 '산업보국(産業報國)'인데,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 않아요. 현장의 젊은 직원들이 전혀 공감하지 못했죠."

그는 실패 사례로 소니를 들었다. "소니는 '건강하고 유쾌한 일터(공장)'가 웨이였는데, 요즘 회사 경영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3를 보세요. 처리 속도가 빠르고, 영상이 좋고, 용량이 큰 게임기를 만드는 데 집착하다 재미가 없는 상품을 만들어 버렸죠. 그런 의미에서 닌텐도가 훨씬 더 성공적입니다. 닌텐도의 웨이는 웃는 얼굴, 그리고 가족입니다. 닌텐도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만들어내고 있죠."

―한국에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이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일본은 더 심각합니다. 일본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아예 대학 교육에 대해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자기 계발을 잘하고 인격적으로 성장한 사람을 채용해 기업이 육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기업들은 점점 간부가 될 사람과 못 될 사람을, 일본의 대학교는 좋은 회사에 들어갈 인재와 못 갈 사람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이 이런 생각이 강하지 않나요. '천재 한 사람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생각이 지금 일본 기업들 안에서도 팽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앞서가고, 훨씬 냉정한 것 같습니다."

소통 잘 하기 위한 3가지 비법… "쉬운 질문부터 던져라"

소통을 위한 첫 단계는 우선 질문이다. 질문을 잘해야 뒤의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오기 마련이다. 노구치 요시아키 대표에게 '소통을 잘하기 위한 질문 비법'을 물었더니, 자신의 책 《3의 마법》에 나온 내용처럼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상대방이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아무리 던져 봐야 답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대답하기 쉬운 질문부터 하라는 것입니다.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대화가 활기를 띱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어려운 질문을 던지면 점점 대화가 힘들어집니다. 세 번째로 공통의 목표(Goal)를 만들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서로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뭔가가 없으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컨설턴트의 질문력》이 히트를 치면서 언론 인터뷰가 몰려 들었는데, 질문을 제대로 못 하는 기자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취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질문인데 말이죠. 그래서 거꾸로 내가 위의 세 가지를 가르쳐 줬죠."

실제로 기업 현장의 소통 상황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는 비즈니스 대화에도 기본적인 세 가지 기술(skill)이 있다고 했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배려의 기술), 본질을 서로 이해·공유하면서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하며(논리의 기술), 상대방의 마음에 호소하라(정보의 기술)는 것이다.

그는 "소통은 뭔가를 탐구·추구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도요타에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뭔가를 이야기할 때 '왜(Why)'라는 말을 다섯 번 이상 하라는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진짜로 중요한 본질적 원인을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일본어로는 진인(眞因)이라고 합니다. 소통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진인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입력 : 2010.10.09 03:02 / 수정 : 2010.10.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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