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일 일요일

은퇴의 중요성, 은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속맹자에 교자채신(敎子採薪)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땔나무 해오는 법을 가르치면서 "다른 사람들이 해갈지 모르는 먼 곳의 땔감부터 먼저 가져와야 집 근처 가까운 곳의 땔나무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을 찾는데 힘쓰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 올해는 특히 이 말을 통해 은퇴에 대한 생각을 짚어보게 된다.

아마도 은퇴는 많은 사람에게 가장 나중으로 미루고 싶으면서 동시에 가장 미리 생각해둬야 하는 주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 신입사원들의 환영 회식에 참석했다가 그 또래 젊은이들의 가장 주요한 대화 주제가 '은퇴 후 무엇을 하고 살지에 대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들이 은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니 의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고령 문제를 겪기 시작한 일본의 고령화 문제가 역시 심각하고나 싶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은퇴 준비를 잘 할 수 있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일찍부터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길 수도 있는 은퇴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소중하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슬렛은 인생을 4단계로 나누고 은퇴 이후에 해당하는 제3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성취라고 했다고 한다. 가족과 생계 유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인생의 중·장년기를 보냈다면 은퇴 후에는 바로 자신이 그 동안 억눌러왔던 소망을 이루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2010 노무라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후 취침이나 식사 시간 등을 빼고 하루 어림잡아 10시간을 자유시간으로 보낸다고 했을 때 60∼80세의 20년을 계산해 보면 7만시간 이상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시간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전체 수업 시간의 3배를 훨씬 넘으며 표준 직장인이 22세부터 60세까지 일하는 근무 시간에 필적한다. 은퇴 후 여행을 다니고 골프를 즐기겠다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선 진정 '새로운 인생'을 위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은퇴 후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평생을 가족을 위해 훌륭한 가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던 대한민국 남성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면 먼저 은퇴 후 삶의 목표를 숫자로 표현해 보기를 권한다. 복잡한 메시지도 간결하게 담을 수 있는 숫자의 힘은 은퇴 후의 삶을 설계하기 위한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604815'라는 숫자로 된 은퇴 설계를 해보았다. "'60'부터 마음이 통하는 '4'사람이 모여 경제적 독립과 정신적 독립 '815'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사업을 하겠다"는 의미다. 은퇴 계획을 구체화하고 나면 할 일이 생기게 된다. 비로소 은퇴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엔 재취업을 위한 사설 교육뿐 아니라 인생과 노년을 성찰하고 깊이를 더 하도록 도와주는 '서울대 제3기 인생대학'과 같은 소양교육도 들어볼 만하다. 이 같은 교육 기회는 은퇴자간 정보교환과 멘토링 기회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이다.



수명이 기대 이상 길어지다 보니 장수 리스크라는 말까지 등장한 것은 긴 수명을 더 이상 축복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타까운 세태를 반영한다. 그러나 은퇴 후야말로 자녀 교육이나 가족 부양 등의 의무에 등 떼밀려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한 꿈을 펼칠 기회이기도 하다. 니체가 말했듯 은퇴 후의 삶은 인생의 무게라는 짐을 잔뜩 짊어진 '낙타의 삶'을 끝내고 내 마음대로, 꿈꿔왔던 대로 살아볼 수 있는 '사자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 돼야 하는 것이다.



출처 : http://kr.blog.yahoo.com/bbadderuu2/11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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