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1일 목요일

좋은 친구 / 법정스님

친구 사이의 만남에는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상호간의 그 무게를

축적할 여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친구일 것 이다.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에 눈뜸이다

영혼에 진동이 없으면 그것은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 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의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시구가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사람에게 하늘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 본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런 경험은 없는가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 않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따서 보내주고 싶은 그런 생각 말이다.



혹은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

청초하게 피어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운 설레임을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런 경험은 없는가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에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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