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1일 목요일

80년대 후반 기린맥주를 누르고 1위 오른 아사히맥주의 전략적 사고

[경영 노트] 80년대 후반 기린맥주를 누르고 1위 오른 아사히맥주의 전략적 사고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당시 소비자 변화의 큰 흐름을 정확히 포착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내하며 고수익 추구

"김 팀장, 임원이 되려면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역량을 좀 더 높이도록 노력하게." "네, 잘 알겠습니다. 전무님.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임원실에서 오고 간 대화이다. 김 팀장은 대기업의 촉망받는 팀장으로 곧 임원 승진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직속 임원이 자신에게 전략적 사고 역량을 높이라고 조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역량이란 게 무엇일까? 김 팀장은 잘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퇴근길에 회사 주변 대형 서점에 들러 전략 관련 서적을 몇 권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열심히 책들을 뒤져 보았지만, 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매우 자주 사용하면서도 그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잘 모르고 사용하는 용어들이 많다. '전략적'이라는 말도 그 중의 하나다. 전략적 사고, 전략적 제휴, 전략적 행동 등 얼마나 '전략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가? 하지만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물어보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전략적이란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앞의 사례에서 나온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전략적 사고는 경영진이 경영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추구해야 하는 사고방식으로서 다음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진다.

첫째, 전략적 사고는 큰 그림(big picture)을 보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즉, 과거에서 현재, 더 나아가 미래까지를 조망하고 판단하며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환경 변화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또 이러한 트렌드가 사회적 패러다임의 전환인지 아니면 하나의 일시적 유행(fad)이나 거품을 의미하는지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역량이 전략적 사고의 중요한 특징이다.

큰 그림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만일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 자신들과 관련된 사회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단지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한다면 하위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하위 기업이라도 시장의 트렌드를 잘 읽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짚어 낸다면 짧은 시간 안에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현재 일본 맥주시장 1위 기업인 아사히맥주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최하위인, 별 볼일 없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1980년대 후반 일본 식생활의 변화 트렌드를 정확히 포착했다. 육식이 증가함에 따라 일본 소비자들이 느끼한 맛을 줄이기 위해 톡 쏘는(sharp) 맛의 맥주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트렌드를 읽어낸 것이다. 이 회사는 이에 대응해 아사히 드라이를 출시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당시 수십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던 기린맥주는 일본 소비자들의 근본적 입맛 변화를 단지 일시적 유행으로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함으로써 1위 자리를 내주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전략적 사고의 두 번째 특징은 위험에 대한 태도와 관련이 있다. 위험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우리의 사고는 크게 3종류로 분류된다. 운영적 사고(operational thinking), 도박적 사고(speculative thinking), 그리고 전략적 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운영적 사고는 저위험-저수익을 추구하며 그 결과도 대체로 그렇게 귀결된다. 반면 도박적 사고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나, 그 결과는 고위험-제로수익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가끔 잭팟이 터지기도 하나, 그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볼 때 매우 낮고, 대부분의 경우는 수익은커녕 손실만 발생하게 된다. 로또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는 자명해진다.

그럼 전략적 사고는? 이는 중위험-고수익(medium risk-high return)을 추구하는 사고이다. 즉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지는 의사 결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수익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전략적 사고인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져 리스크가 높아지면 많은 경영자는 현금을 쌓아두고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면서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거나, 혹은 엄청난 리스크를 지면서 풀 베팅을 한다. 전자와 같이 운영적 사고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되면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투자 기회를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후자처럼 도박적 사고에 의한 투자 의사 결정은 리스크가 너무 커서 대개의 경우 참담한 실패로 귀결된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전략적 사고에 바탕을 둔 투자 의사 결정이 빛을 발한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줄여주는 전략적 방법론인 '리얼 옵션' 기법이나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사용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리스크를 지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전략적 사고의 세 번째 특징은 경쟁사의 예상되는 대응을 미리 고려하여 이를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사고의 특징을 이론화시킨 것이 게임이론이다. 전략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자사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최적의 의사 결정일지라도 경쟁사의 예상 대응을 고려한다면 최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경쟁사의 대응을 의사 결정시에 고려하여 반영하는 것이다.



아사히 맥주는 일본 드라이 맥주시장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선점했다. 만약 당시 1위였던 기린맥주가 드라이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맞대응을 했다면 유통망이 취약한 아사히로서는 승산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아사히 경영진은 자신들이 드라이 시장을 공격적으로 선점하더라도, 기린맥주는 드라이 시장에서 공세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공격적 투자를 단행했다. 기린맥주로서는 드라이맥주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잘못하면 자신의 아성인 라거 맥주시장이 죽어버릴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공격적일 수 없다는 점을 미리 예상했던 것이다.

요약해 보자. 전략적 사고의 특징은 세 가지이다. 즉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내하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경쟁사의 대응을 미리 고려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김 팀장이 빨리 이러한 역량을 길러 훌륭한 임원이 되길 기대해 본다


..기사출처: 조선일보 위클리비즈(2009.09.19~20)





출처 : http://blog.naver.com/stussy9505/60090849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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